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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시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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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잦은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

프랑스 철학자인 가스파르 코에닉의 최신 소설 ‘지옥’에 등장하는 한 대학교수는, 지옥이 공항 면세점을 터벅터벅 걸으며 보내는 영겁의 시간임을 깨닫기 위해 죽음을 맞이한다. 이와는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이 ‘경험’을 더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여행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간 860억 달러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거대산업(마스토돈, 태고의 코끼리 비슷하게 생긴 동물)으로 성장했다. 면세점 업계는 전 세계 공항 터미널을 넘어 중국시장을 확보하고자 분주하게 노력 중이다. 이와 같은 면세 혜택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져갈 것이다.

면세점 운영을 뒷받침하는 전제는 비(非)여행객들에게 일부 세금을 부과하면서도 여행객들에게는 국경을 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면세혜택을 부여해야한다는 점이다. 1950년대 유럽 공항들이 이를 위해 로비를 했을 때조차 의견이 분분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현대 세법은 불평등을 완화시키는데 관심을 두고 있지만, 면세 쇼핑은 해외여행 빈도가 잦은 부유층에 가장 많은 혜택을 준다. 세금은 여론을 환경 부문으로 유용하게 돌릴 수 있는 수단이다. 세금 환급은 해외로 나가거나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두텁게 만든다. 소비관세의 목표 중 하나는 담배와 주류의 과도한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지만, 공항 쇼핑은 이러한 것들을 피하기 위해 명시적으로 고안되었다. 면세 쇼핑이 급증하면서 이는 제트족(여행을 많이 다니는 부자들)들이 기존에 주름을 깊어지게 만들었던 고민들을 해소하기 위한 조세회피수단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면세점 유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면세점이 사라질 경우 납세자들의 세금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매장에서 발생하는 수입이 공항을 지속적으로 경영하는데 필수라고 주장한다. 모든 제품이 면세 대상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면세점 판매 수익은 항공사로부터 수취하는 수수료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수치는 공항에서 부과하는 천문학적 수준의 임대료에 의해 부풀려졌으며, 전체 매출의 40% 정도는 제외한 상태에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 특권이 부여되어 불투명하게 공유되는 부당이익을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항들이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왜곡하는 형태의 탈세가 아니라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팬데믹은 면세업계를 훨씬 불확실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 사업모델은 특별한 상황을 이용해 수익을 내기위한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우리는 여행을 앞두고 온라인을 통해 면세품을 구입한 뒤, 비행기를 타는 시점에 편리하게 면세 혜택을 받으면서 구매물품을 수령할 수 있다. 공항에만 국한된다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일련의 원칙이 시내에 소재한 기념품 판매점에도 확산됐다. 쇼핑객들은 참나무로 만든 코냑 병과 쿠바산(産) 담배 뿐 아니라 의류, 가전 그리고 스마트폰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다른 소매업자나 여행하는 않는 개인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것이다. 영국이 면세 혜택과 자국 내에서 쇼핑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대부분의 세금 환급 혜택을 없앤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업모델이 붕괴되고 판매수입이 급감하는 등의 암담한 업계 전망은 단일 시장으로 발전한 EU국가들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면세 쇼핑 혜택을 중단시켰던 1999년의 날카로운 경고를 연상시킨다. 사실, 유럽횡단여행의 붕괴는 기우에 불과했고, 호황이 지속되었다.

면세점의 허점을 막는다고 해서 출국 게이트가 아무렇게나 설치된 쇼핑센터처럼 공항 운영이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지친 여행객들은 여전히 보안검색을 마치고 나오는 것처럼 향수를 뿌리는 미로(면세점)를 통해 길을 찾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공항은 탑승객들이 면세점에서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늦게 탑승 게이트를 공지할 것이다. 기다릴 시간이 많이 남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초콜릿 혹은 소음제거 헤드폰 구매를 위한 세금 환급혜택을 장려할 필요는 없다. 면세점은 시대는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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