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살인율 뒤에 숨은 복잡하고 불분명한 원인
총기 폭력에 익숙한 도시 시카고라 할지라도, 지난 1월 9일에 발생한 사건은 경악스러웠다. 정신병 환자로 추정되는 단독범은 SNS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인 계획을 세웠는지 떠들어댔다. 그 후, 이 총기 난사범은 몇 시간에 걸쳐 다수의 장소에서 7명을 쐈다. 피해자는 박사 과정을 밟던 중국인 학생, 경비원, 십 대 소녀, 두 명의 여성 노인과 또 다른 두 명으로,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범인을 사살하기까지, 세 명의 피해자가 사망했다.
이런 유형의 연쇄 공격은 드물다. 어느 도시에서나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은 소규모 갱단이 자행하는 보복 살인이다. 마약 시장 경쟁에서 총이 수반되는 일도 있지만, 보통 총기 연루 범죄는 젊은 총기범이 본인의 지위를 과시하거나 자신이 받은 모욕을 청산하기 위한 수단에서 그친다. 시카고 출신의 전 미국 교육부 장관인 안 덩컨은 현재 고향의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한다. 그에 따르면, 시카고에서 발생하는 모든 총기 난사 사건 중 3분의 1에서 2분의 1은 단 7%의 거주 구역에서 국지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통계를 참고하면 당국이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자해야 할 곳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문제 해결이 쉬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실패하고 있다. 몇 년간은 살인이 감소했지만, 덩컨 전 장관은 작년은 “몹시 힘든 해”였다고 말한다. 작년, 시카고에서는 2019년보다 50% 증가한 770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며 약 3,000명이 총상을 입었다. 차량 탈취도 두 배 이상 뛰었다. 취약한 환경에 있는 젊은 남성들과 일하는 에디 보카네그라는 살인범 중 많은 이가 십 대이며 범죄도 더욱 잔인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자동 소총에 21발을 맞은 희생자의 모습을 묘사했다. 보카네그라는 늘어나는 폭력의 원인을 수십 발의 탄알을 채울 수 있는 탄창을 비롯한 살상 무기 증가로 본다.
이는 시카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90년대 초 이후로 감소하던 총기 폭력 발생률은 이제 다른 도시에서도 증가 추세다. 워싱턴 형사사법위원회(Council on Criminal Justice) 소속 토마스 압트는 현재까지의 2020년도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 보고된 연간 살인사건 통계 중 작년이 한 해 역대 최다 기록”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형사사법위원회가 발표한 21개 대도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통계에 따르면,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020년의 살인사건이 여름과 가을에 각각 42%, 34%씩 증가했다. 뉴올리언스의 분석가 제프 애셔는 살인이 30% 증가한 인구 1만 명 미만 도시들에 관한 FBI 자료를 인용했다. 2019년에는 16,425건의 살인사건이 집계되었는데, 이는 인구 10만 명당 5명꼴이다. 2020년 최종 수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다.
폭력이 가속화된 때는 늦봄이었다. 이 시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폭락하고, 무엇보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5월 말 이후다. 미주리대학의 리처드 로젠펠드 교수는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살인사건의 돌연 증가에 주목했다. 지난해 살인율이 증가한 데는 분명히 지역적 요인보다 전국적인 요인이 있다.
살인사건이 급증한 정확한 이유를 추적하기는 어렵다. 경찰의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 때문에 경찰력이 주춤해지면서 살인이 증가했을까? 코로나 확산 초기 몇 주 동안 교도소 재소자들을 석방했는데, 이때 출소한 남자들이 범행한 걸까? 여름 방학이 되면 범죄율이 으레 증가하듯이, 휴교로 인해 범죄가 늘었을까? 지난해 재산 범죄는 급감한 데 반해, 왜 폭력 범죄는 치솟았을까?
무기 판매의 급증으로 일부를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냥을 위한 레저용이 아닌 보안용으로 구매하는 권총 판매가 유독 늘었다. 무기 산업의 판매를 분석 조사하는 SAAF(Small Arms Analytics & Forecasting)의 유르겐 브라우어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천 2백 70만 개의 권총과 장총이 판매됐다. 이는 2019년보다 63% 증가한 수치이며 역대 최고 기록이다. 브라우어는 무기 접근성과 더 높은 폭력범죄율이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총기 판매 집계는 합법적인 판매에 관한 것이지만, 범죄자들도 합법적인 무기를 소지하거나 구매하고 훔칠 수 있다.
로젠펠드 교수는 다른 매커니즘도 작동했다고 본다. 경찰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격리되고, 시위 등으로 다른 업무로 전환되면서 경찰력이 약화되었다. 여전히 순찰을 하는 경찰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 중이다.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효과적일 수 있는 경찰과의 면대면 접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보복 범죄를 예방하거나 총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사소한 분쟁을 막는 데 있어서 경찰이 가장 유용하지만, 이런 상황은 경찰이 그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로젠펠드 교수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로 만연한 경찰에 대한 신뢰 부재가 “소위 길바닥 정의를 위한 공간을 넓혔다’’고 한다.
덩컨 전 장관은 침울함에 맞서는 아주 작은 방법들을 제시한다. 일례로 그가 소속된 단체는 시카고의 래퍼들과 협업하고 있다. 갱단원들을 향해 “군중이나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쏜다면 넌 남자가 아니야”라고 노래하며 갱단 사이의 “교전규칙”을 전파한다. 또한, 그는 갈등 해결 전문가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소규모 갱단 간의 불가침 조약과 “평화조약”을 장려한다. 이런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미국의 시장들은 살인사건 급증이 옛날로의 퇴보가 아니라 한 번의 증가이길 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