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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문제, 아시아에선 딴 세상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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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에서는 흑인이나 피부색이 어두운 소비자들에 대해 몰이해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90여년전, 소비재 기업 하오라이(Hawley & Hazel)는 알 졸슨과 같은 뮤직 코미디극 가수들의 인기에 편승하기로 결정했다. 알 존슨은 짐 크로 아메리카(주, 백인이 흑인으로 분장하고 뮤직 코미디를 한 민스트럴 쇼로 시골의 초라한 흑인을 희화하한 캐릭터가 등장)로 당시 유명세를 떨쳤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하오라이사는 자사의 치약 브랜드에 ‘달키(Darkie, 흑인을 비하해 부르는 말)’라는 이름을 붙이고, 제품 패키지에 검은 모자를 쓰고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는 흑인 남자를 그려 넣었다. 최근 ‘흑인의 삶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전세계적인 인종차별 저항운동이 확산되기 전에도 이런 종류의 인종차별적 비유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그렇지 않다. 1980년대 후반 콜게이트-파몰리브가 이 브랜드 지분의 50%를 인수한 이후, 치약 패키지의 영어 이름은 ‘달리(Darlie)’로 바뀌었다. 하지만 ‘헤이렌야가오(흑인 치약)’라는 인종차별적인 중국어 이름은 바뀌지 않았다. 이 브랜드는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치약 중 하나이다.

‘흑인의 삶은 중요하다’는 운동은 펩시코의 앤트제미마, 마스의 엉클벤스와 같은 노예를 연상시키는 브랜드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미국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소비자들조차 인종주의적 브랜드들을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아시아에서는 피부색이 오랫동안 사회적 지위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왔고, 상대적으로 흑인들을 만나기 어렵다보니 인종주의에 대해 둔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기업들은 드러내놓고 흑인들을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마케팅을 벌인다.

“중국과 같이 흑인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은 지역에서조차 인종차별적인 요소들은 점점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시장조사업체 대학컨설팅의 앨리슨 몰스텐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전 세계적 이슈에 대한 대중 인식이 증가함에 따라 인종차별적인 역사를 갖고 있는 브랜드들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비록 그 나라가 인종차별에 대한 역사를 전혀 갖고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소비자들의 압박이 거세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콜게이트는 달리 브랜드가 어떻게 포지셔닝되어 있는 지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트너사와 브랜드명을 포함하여 브랜드의 모든 측면을 재검토하고 어떻게 더 바꿀 수 있을 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그 지역 소비자들에게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면, 뭔가 변화를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 흑인을 마주칠 일이 없는 중국인들에게 이 치약 브랜드의 상징인 검은 피부와 새하얀 치아는 손쉽게 각인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달리 치약을 사용해온 21세의 대학생 제미 쳉 씨는 “흑인들은 보통 하얀 치아를 갖고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치약을 사용하면 나도 더 하얗고 환한 치아를 갖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종주의적인 메시지에 매료된 사람은 쳉 씨 말고도 많을 것이다. 달리/헤이렌 브랜드는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매우 인기가 있는데 중국에서만 약 1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심지어 짝퉁 브랜드까지 양산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에서는 브랜드 점유율이 더 높다.

달리는 노예나 흑인을 연상시키는 아시아 제품들 중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상하이의 원원차이나홀딩스(Want Want China Holdings Ltd.)는 영어로 ‘Hey New’, 중국어로 ‘흑인 소녀’라는 사탕을 발매했다. 2016년 세탁 세제 브랜드 ‘차오비’는 제품의 세탁 효과를 내세우는 중국어 광고를 선보였는데, 이 광고에서는 한 젊은 여성이 흑인 남성을 세제와 함께 세탁기 안에 넣은 후, 세탁이 끝나면 보다 흰 피부의 아시아 남성을 세탁기에서 꺼낸다.

아시아에서 피부색에 둔감해지기는 꽤나 어렵다. 이 지역에서 화장품 사업을 해 온 회사들, 로레알, 시세이도, 프록터앤갬블 같은 기업들은 오랜 기간 동안 자신들의 크림이나 로션이 스킨 톤을 밝혀준다고 홍보해왔다. 몇몇 브랜드들은 자사 제품을 스킨 브라이트너라고 부르면서 주근깨나 여드름 자국을 가려준다고 설명한다. 어떤 제품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면 스킨 톤을 바꿀 수 있다고 직접적으로 홍보한다.

유니레버(Unilever Plc)의 인도 자회사는 피부톤을 밝혀주는 스킨케어 브랜드 ‘훼어앤러블리(Fair & Lovely)’를 판매하고 있다. 이웃 나라인 방글라데시에서는 보다 과감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들의 웹사이트에서 자신들의 브랜드가 세계에서 “최초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피부를 환하게 만들어주는 크림”이라면서 인도 북부 지방의 과학자가 발견한 비타민 B3를 언급하며 “강력한 효능과 엄청난 잠재력을 이용해서 피부의 색소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인도 회사 이마미(Emami Ltd.)의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훼어앤핸썸(Fair & Handsome)’은 자사의 화이트닝 크림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집중 화이트닝”을 약속한다. 제품 패키지는 한 모델의 얼굴을 반반씩 나누어 한 쪽은 어두운톤 피부를, 다른 한 쪽은 훨씬 밝은 피부를 보여준다.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하얀 피부는 권력층의 상부를 상징한다”며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하얀 피부가 더 좋다는 기준을 내재화한다”고 홍콩중국대학의 성역할 연구자 위우퉁 수엔 부 교수는 말한다.

최근의 인종주의 반대 운동에 힘입어 존슨앤드존슨은 자사의 스킨 화이트닝 비즈니스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회사는 인도의 ‘클린앤드클린 훼어니스’ 브랜드와 아시아/중동 지역의 뉴트로지나 화인훼어니스 라인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존슨앤드존슨의 대변인 킴 몬태그니노 씨는 “지난 몇 주간 우리 회사 뉴트로지나와 클린앤드클린의 몇몇 제품 이름과 홍보 문구가 회자됐다. 은연 중에 하얀 피부가 자신의 고유 피부색보다 더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니며, 건강한 피부야말로 아름다운 피부”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많은 문화권에서는 모욕적인 인종 묘사를 문제라고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2017년 말레이시아의 한 상점 체인은 흑인분장용품 광고를 내보냈다가 사과했어야 했다. 2018년 중국의 설날 특집 프로그램에는 흑인 분장을 한 연예인이 등장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그해 6월 유투브 스타인 대만 팝그룹은 흑인으로 분장한 세 명의 가수가 출연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제이슨 페트룰리스 홍콩교육대학의 세계사 부교수는 아시아에서 흑인 분장의 역사가 1850년대로 거슬러간다고 말한다. 매튜 페리 제독의 미국 해군 함정이 일본 문호를 개방하라고 압박하던 때 그의 해군 선원들이 (흑인 분장을 한 백인 주인공의) 뮤직 코미디극을 들여왔다. 페트룰리스 교수는 “검은색 몸과 청결함, 순결함이 대조를 이루며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했다”며 “이것의 함축적인 의미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으로부터 검은색을 없애버리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끈질기게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페트룰리스 교수는 콜게이트의 달리 브랜드 재정비 계획에 대해 회의적이다. “달리 브랜드의 핵심은 흑인 뮤직 코미디극입니다. 포장만 바꾼다고 본질이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Bruce Einhorn and Yunong Wu

원문 :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6-24/ads-insensitive-to-black-people-are-still-common-i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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